안녕하세요, 저는 11월로 만 10개월째 아동ㆍ청소년 도서 편집자가 된 팔 월이라고 합니다. 삼일팔님께 콘텐츠 로그를 작성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콘텐츠란 무엇일까?’였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콘텐츠는 *‘인터넷이나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정보나 그 내용물. 유ㆍ무선 전기 통신망에서 사용하기 위하여 문자ㆍ부호ㆍ음성ㆍ음향ㆍ이미지ㆍ영상 등을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해 처리ㆍ유통하는 각종 정보 또는 그 내용물을 통틀어 이른다’*라고 합니다. 생각보다 그 범위가 협소하죠? 이 정의에 따르면 종이책은 콘텐츠가 아닌데, 같은 내용을 담은 전자책은 콘텐츠가 됩니다. 썩 와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범위가 넓은 (너무 넓은 것 같기도 하지만) 광의의 콘텐츠를 제안합니다. 광의의 콘텐츠에서는 우리에게 어떠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정보들이라면 모두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명한 맛집을 조사하고, 그 식당을 찾아가 시간을 들여 웨이팅을 하다가 마침내 음식을 먹으며 머릿속으로 나름의 평가를 내리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콘텐츠입니다. 또 여행 계획을 짜고, 여행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지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을 보고, 다른 여행객들을 조용히 관찰하는 순간도 콘텐츠가 될 수 있겠죠. 안 그래도 콘텐츠의 바다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너무 가혹한 제안일까요? 이왕 너른 바다에서 사는 김에 마음껏 헤엄치고, 깊게 잠수도 해보고, 둥둥 떠다녀보는 것도 좋겠다 싶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글이 엄청 길죠? 제가 좀 ‘투머치라이터’이긴 한가 봐요. 짧게 가볍게 쓰려고 해도 어느새 이렇게 고봉밥을 짓고 있다니까요. 하지만 본문은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분량 조절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발)
10월 1일~10월 10일
- 유튜버 침착맨의 부계정 중 하나인 침착맨 플러스에서 김이나 작사 노래 월드컵을 보았습니다. 사실 이미 생방송으로 보았지만 원래 침착맨의 영상은 생방송으로 한 번, 원본 다시보기 영상으로 두 번, 편집본으로 세 번 즐겨야 제맛입니다. 이쯤 되면 아시겠지만 저는 한국인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침착맨의 시청자들끼리 서로를 ‘한국인’이라고 부르거든요. “한국인이라면 침투부 구독합시다.”라는 인사말이 그 유래라고 하네요. 아무튼 침착맨의 생방송을 챙겨 보고, 유튜브 영상도 알림 설정을 해놓고 업로드가 되자마자 보는 저인 만큼 이번 콘텐츠 로그에서 침착맨 채널의 영상은 최대한 침착맨을 모르는 분들이 보셔도 좋을 법한 영상들만 공유했습니다. (그래도 많더라고요 하하)
- 동아일보에 올라온 칼럼 글로 쓰지 않은 생각은 날아간다!를 읽고 역시 글쓰기의 가장 큰 덕목은 ‘일단 쓰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 지난 9월에 있었던 아이유의 콘서트가 화제였습니다.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 단독 공연을 한 최초의 우리나라 여성 가수라는 기록과 더불어 9만명에 육박하는 전석을 순식간에 매진시킨 티켓 파워, 공연장 밖에서도 보였다는 드론과 불꽃놀이를 포함한 화려한 스케일까지 공연 전후로 인터넷을 여러모로 떠들썩하게 했었죠. 저 역시 일요일 공연 현장에서 아이유라는 가수가 지닌 영향력과 문화 예술의 힘을 몸소 느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셋리스트의 모든 곡이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얘기한 것은 오프닝 무대인 ‘에잇’이었습니다. 긴 말하지 않을게요. [IU] '에잇(eight)' Live Clip (2022 IU Concert '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 직접 보시죠. (이미 긴 말을 했군요 하하;)
-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일이 2022년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고요? 아마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망 사용료’ 논란입니다. 금시초문이셔도 좋습니다. 이 영상 하나면 충분합니다.
- 마릴린 먼로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블론드>를 보았습니다. 마릴린 먼로 역을 맡은 아나 데 아르마스의 높은 싱크로율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인데, 막상 까보니 기대 이하였습니다. 아니, 처참했습니다. 고인 모독에 가까운 자극적인 찌라시 같은 서사를 내놓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라는 식으로 포장하는 저열하고 불쾌한 태도의 영화입니다.
- 우리나라에 <오징어 게임>이 있다면, 일본에는 <아리스 인 보더랜드>가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비슷한 ‘데스 게임’ 장르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데, 저는 이 작품을 <오징어 게임>을 보고 난 직후에 정주행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흥행 성적인 차치하고 개인적으로는 <아리스 인 보더랜드>가 조금 더 좋았는데요, 드디어 시즌 2의 예고편이 공개되었습니다.
- 주말을 활용해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2011년 영화 <컨테이젼>을 다시 봤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처음 벌어졌을 때 이 영화가 화제가 되었죠. 10년 전 영화인데 마치 작금의 상황을 예언한 것 같은 상황과 인물 설정에 차갑고 담담하면서 날카로운 연출이 언제 봐도 참 인상적입니다.
- 요즘 마블이 마블 같지 않다지만, 그래도 마블만 한 영화 프랜차이즈가 또 없죠? 그리고 여전히 예고편만은 최고의 퀄리티로 뽑아내는 마블입니다. 이 콘텐츠 로그가 실린 레터가 발행될 때쯤이면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개봉을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았겠군요. 이번에 본 메인 예고편도 좋았지만, 티저 예고편이 정말 예술이었습니다.
- 침착맨 생방송에 영화평론가 이동진님께서 출연하셨습니다. 침착맨도, 이동진님도 정말 좋아하는 저로서는 도저히 놓칠 수 없는 방송이었는데요. 생방송에서도 본인의 생각을 조리 있게 이야기하는 이동진님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유튜브 채널에는 인터뷰를 통한 공업적 최루법과 이동진 평론가의 영화 한 줄 평 월드컵 총 두 편의 영상이 올라갔는데, 두 편 다 보시는 걸 명징하게 추천해 드립니다.
- 박상영 작가님 다들 아시죠? 월간 채널예스 2022년 10월호의 커버 스토리가 박상영 작가님과의 인터뷰더군요. 박상영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시라면 한 번쯤 읽어보세요!
- 혹시 일본 노래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하거든요! 가사를 알아듣지 못해도 분위기나 멜로디만 들어도 충분히 좋지만, 그래도 한본어 하는 고양이라는 채널에서 가사와 해석을 같이 보면서 들으면 더 좋긴 하더라고요. 제가 추천해드리는 곡은 YOASOBI의 ‘앙코르(アンコール)’와 back number의 ‘벨벳의 시(ベルベットの詩)’입니다!
- 2022년 노벨문학상 발표는 다들 지켜보셨나요? 저는 라이브로 발표를 보기 위해 (사실 보더라도 알아듣지 못했겠지만요) 캘린더에 적어두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니 에르노 작가님, 늦었지만 수상 축하드립니다!
- 한글날 대체공휴일이 만들어 준 연휴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탔던 것이 꼬박 4년 전이었던지라 공항 가는 길부터 제법 설렜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중 노을이 아름다워 찍어봤습니다.